메트로놈 시티의 하늘은 더 이상 은빛이 아니었다. 거대한 기계 장치들이 맞물리며 내뱉는 쇳소리가 비명이 되어 도심을 짓눌렀다. 고층 빌딩마다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기괴할 정도로 매끄러운 찬송가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음악이라기보다 뇌를 긁어대는 진동의 파편에 가까웠다. 세라는 구름을 뚫고 내려오며 자신의 등에 돋아난 파이프 오르간 날개를 느꼈다. 금속과 나무가 뒤섞인 날개 깃이 대기를 가를 때마다 묵직한 중저음이 발밑으로 쏟아졌다.
도시 중앙의 유리 성당은 이미 거대한 공명 증폭기로 변해 있었다. 성당 꼭대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빛줄기가 시민들의 머리 위로 가느다란 신경선처럼 내려앉았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초점 없는 눈으로 입을 벌린 채 같은 박자에 맞춰 고개를 까닥였다. 그들의 목소리는 하나의 거대한 주파수로 통합되어 엘라라의 이름을 찬양하고 있었다.
세라의 발이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닿았다. 곁에 선 카이가 껌을 뱉어내며 주머니에서 낡은 연장을 꺼내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진동이 세라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카이의 눈빛은 무거운 죄책감과 단단한 각오가 뒤섞여 일렁였다.
성당의 육중한 문이 조율되지 않은 건반처럼 삐걱거리며 열렸다. 제단 위에는 황금빛 드레스를 입은 엘라라가 서 있었다. 그녀의 등 뒤로는 수천 개의 신경선이 피아노 건반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엘라라가 손가락을 까닥일 때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발작하듯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은 엘라라의 마법을 거쳐 완벽한 화음으로 치환되었다.
엘라라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변해버린 눈 속에 세라의 모습이 비쳤다. 엘라라는 우아하게 미소 지으며 허공을 연주했다.
"돌아왔구나, 나의 망가진 인형."
그녀의 목소리가 성당 전체를 울리는 확성기 소리로 변해 고막을 때렸다. 세라는 자신의 손가락 끝을 내려다보았다. 한때 나무껍질처럼 갈라졌던 손가락은 이제 결정체와 금속이 융합된 기이한 형태였다. 그녀가 주먹을 쥐자 공기 중의 입자들이 불규칙하게 진동하며 튕겨 나갔다.
"엘라라, 조율되지 않은 소리야말로 살아있다는 증거야."
세라의 말에 엘라라가 히스테릭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허공에 손을 휘젓자 성당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파이프들이 일제히 포효했다. '강제 화음'의 파동이 세라를 향해 덮쳐왔다. 그것은 모든 존재를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는 지배자의 소리였다.
세라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등에 돋아난 오르간 파이프를 공명시키기 시작했다. 거칠고 투박한, 정돈되지 않은 날것의 소리가 성당 내부를 가득 채웠다. 엘라라가 구축한 완벽한 화음의 장막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네가 감히 나의 세계를 더럽혀?"
엘라라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미친 듯이 허공을 긁었다. 시민들의 신경선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그들의 생명력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광장에서는 혈관이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쓰러져갔다. 그들의 고통이 응축되어 엘라라의 손끝에서 거대한 공명 구체를 형성했다.
카이가 세라의 앞을 막아서며 튜닝 포크를 바닥에 박았다. 무공명자의 힘이 발휘되며 엘라라의 공격을 상쇄하려 했지만, 이번의 위력은 차원이 달랐다. 카이의 팔 근육이 비틀리며 피부 위로 검은 얼룩이 번졌다.
세라는 자신의 심장 박동을 도시의 메트로놈 엔진 주기와 동기화시켰다. 쿵, 쿵. 그녀의 가슴 속에서 울리는 소리가 성당 바닥을 타고 도시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것은 시스템을 멈추기 위한 카운트다운이었다.
"이건 연주가 아니야. 학살이지."
세라가 손을 뻗어 대기를 움켜쥐었다. 불협화음의 파동이 칼날이 되어 엘라라의 신경선들을 하나둘씩 끊어내기 시작했다. 끊어진 선 끝에서 푸른 불꽃이 튀며 엘라라의 드레스를 태웠다.
엘라라는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심장 부근에 박힌 '전이 장치'를 작동시켰다. 그녀의 피부가 실시간으로 나무처럼 변해가며 기괴한 형상으로 부풀어 올랐다. 타인의 고통을 흡수해 자신의 힘으로 전환하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내가 곧 음악이고, 내가 곧 신이야! 너 같은 부품 따위가 넘볼 자리가 아니라고!"
엘라라의 외침과 함께 성당의 모든 유리가 박살 났다. 파편들이 태풍처럼 휘몰아치며 세라의 피부를 찢었다. 세라의 상처에서 붉은 피 대신 은색 공명액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오직 이 소름 끼치는 교향곡을 끝내야 한다는 감각만이 뇌를 지배했다.
세라와 엘라라 사이의 공간이 뒤틀렸다. 두 종류의 소리가 충돌하며 발생하는 에너지가 성당 기둥을 가루로 만들었다. 카이는 바닥을 기며 세라의 발치를 지탱했다. 그의 입술이 달싹였지만, 목소리를 잃은 그에게서 새어 나오는 것은 오직 거친 숨소리뿐이었다.
엘라라의 등 뒤로 거대한 환영이 나타났다. 그것은 메트로놈 시티의 시조 조율사 마리아의 형상을 한 기계 괴물이었다. 괴물의 입이 열리자 도시 전체의 에너지를 응축한 최후의 공명 주파수가 빛의 갈래가 되어 뿜어져 나왔다.
"사라져, 불량품!"
엘라라의 악에 받친 비명과 함께 눈을 멀게 할 정도의 백색 광선이 세라를 향해 쏟아졌다. 세라는 자신의 모든 공명력을 방어막으로 전환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신체는 이미 한계에 달해 있었다.
그 순간, 카이가 세라의 어깨를 밀쳐냈다.
카이의 몸이 백색 광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의 전신이 강렬한 진동에 떨리며 투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소리를 낼 수 없는 그의 목이 크게 뒤로 꺾였다. 그의 가슴 근처에서 무형의 공백이 생겨나며 엘라라의 파괴적인 에너지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카이의 몸이 결정체로 변하며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세라는 손을 뻗었지만, 그의 옷자락조차 잡을 수 없었다. 카이는 부서져 가는 육신 사이로 세라를 향해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그의 목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기괴한 정적이 감돌았다.
엘라라는 당황한 듯 뒤로 주춤거렸다. 자신의 필살기가 이름 없는 조율사의 희생에 막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카이의 몸에서 튕겨 나온 낡은 튜닝 포크가 대리석 바닥에 떨어지며 맑은 소리를 냈다.
세라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녀의 등 뒤에 달린 파이프 오르간 날개가 붉게 달아오르며 폭발적인 증기를 내뿜었다.
세라가 바닥에 떨어진 튜닝 포크를 집어 들고 엘라라를 향해 도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