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이 무너지는 소리는 비명보다 날카로웠다. 회색 분진이 폐허를 집어삼키며 시야를 가렸다. 카이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거대한 철골이 그의 머리 위로 낙하했다. 세라의 발이 지면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심장 부근에서 푸른 진동이 휘몰아쳤다. 그것은 의지보다 앞선 신체의 반사였다. 피부 위로 투명한 결정들이 돋아났다. 살점이 찢기는 감각이 전신을 훑었다. 세라는 팔을 뻗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결정체로 변한 그녀의 육신이 팽창했다. 투명한 방어막이 카이를 둥글게 감싸 안았다. 낙하하던 잔해들이 방어막에 튕겨 나갔다.
폭발음이 방어막 너머에서 먹먹하게 울렸다. 폐쇄된 공간 안에서 기이한 맥박이 들렸다. 세라의 신경이 저장고 깊숙한 곳과 연결됐다. 벽면에 박힌 거대한 생체 악기들이 떨렸다. 그것은 단순한 기계의 진동이 아니었다. 피가 섞인 울음이고, 짓눌린 영혼의 파동이었다. 포신 끝에서 붉은 눈이 점멸했다. 익숙한 주파수가 뇌를 직접 타격했다. 부모님의 체온이 느껴지는 착각이 일었다. 악기의 부품이 된 그들이 말을 걸어왔다. 세라는 가슴을 짓누르는 통증에 몸을 떨었다. 말마디가 아닌 감각의 덩어리가 밀려왔다. 우리를 멈춰달라는 간절한 유언이었다.
세라의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 손가락 끝이 딱딱하게 굳어 바닥을 긁었다. 이들을 파괴하면 복수의 수단이 사라진다. 하지만 침묵만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안식이다. 빅토르의 군대가 다시 포문을 열었다. 붉은 섬광이 결정체 방어막을 거칠게 때렸다. 세라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금속 맛이 혀끝을 적시며 이성을 붙잡았다. 그녀는 부모의 영혼이 담긴 포신을 바라봤다. 떨리는 손으로 허공의 현을 튕겼다.
“엄마, 아빠. 이게 당신들이 연주하고 싶었던 곡인가요?”
대답 대신 서글픈 공명이 뇌리를 스쳤다. 세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폭주했다. 그녀는 자신의 생명력을 도화선으로 태웠다. 푸른 결정들이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튀었다. 그것은 방어가 아닌 거대한 해방이었다. 저장고를 가득 채웠던 비명이 일순간 멈췄다. 폭발의 여파가 빅토르의 진영을 덮쳤다. 강력한 음파가 장갑차의 외벽을 찌그러뜨렸다. 군사들이 귀를 막으며 바닥을 굴렀다. 생체 악기들은 조용히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먼지 구름 사이로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세라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떨궜다. 무릎을 꿇은 그녀의 팔 위로 검은 그림자가 졌다. 나무처럼 굳었던 피부 위로 검은 얼룩이 번졌다. 그것은 빛조차 삼켜버리는 불협화음의 흔적이었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냉기가 심장에 닿았다. 카이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세라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카이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며 다급하게 끌었다. 뒤편에서 다시 육중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빅토르의 집행관들이 연기를 헤치며 나타났다. 그들의 방호복 위로 튄 핏방울이 검게 타올랐다. 세라는 힘없이 끌려가며 바닥에 손을 짚었다. 손가락 마디가 꺾이는 소리가 고요를 찢었다. 감각이 마비된 손은 이미 제 기능을 잃었다. 거친 쇳소리가 복도를 타고 뒤쫓아왔다. 카이가 껌을 뱉으며 주머니에서 연장을 꺼냈다.
“조금만 더 버텨. 다 와 가니까.”
카이의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귓전을 맴돌았다. 세라는 흐릿해지는 시야 속에서 벽을 더듬었다. 차가운 금속 벽면이 손 끝에 닿았다. 그것은 도시의 심장으로 향하는 비밀 통로였다. 원로원이 숨겨온 추악한 역사의 입구이기도 했다. 갑자기 발밑의 지면이 거세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메트로놈의 추가 머리 위에서 가동됐다. 규칙적인 박자가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려 퍼졌다. 세라의 심장 박동이 기계의 속도에 맞춰졌다.
신체가 강제로 시스템에 동기화되는 감각이었다. 세라는 구역질을 참으며 벽에 머리를 기댔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공명력이 거꾸로 솟구쳤다. 눈앞에 엘라라의 일그러진 미소가 환영처럼 스쳤다. 자신을 소모품으로 던져주던 그 차가운 손길이었다. 증오가 얼어붙은 심장을 억지로 뛰게 만들었다. 카이가 육중한 철문을 어깨로 밀어 젖혔다. 문 너머에서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돌아가고 있었다. 도시 전체를 지탱하는 메트로놈 엔진의 본체였다.
엔진 중심부에는 투명한 유리관이 솟아 있었다. 그 안에서 수천 개의 공명 결정이 빛났다. 그것은 조율사들의 생명을 정제해 만든 연료였다. 세라는 비틀거리며 유리관 앞으로 다가갔다. 결정체들 사이로 익숙한 이름들이 비쳤다. 기록실에서 보았던 배신당한 조율사들의 영혼이었다. 그녀의 손이 유리관 표면에 천천히 닿았다. 굳어버린 손가락 끝에서 푸른 불꽃이 튀었다. 엔진의 진동이 세라의 척추를 타고 전해졌다.
“이게 이 도시의 진짜 악보였어.”
세라가 중얼거리며 유리관을 손톱으로 긁었다. 카이가 뒤를 살피며 권총의 노리쇠를 당겼다. 집행관들이 문턱까지 들이닥쳐 총구를 겨눴다. 빅토르 의원의 낮은 웃음소리가 스피커를 탔다. 도시의 조화가 깨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세라는 마지막 남은 공명력을 손바닥에 모았다. 손가락 끝이 완전히 나무처럼 변해 바스라졌다.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는 극단의 무감각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엔진의 박자에 던졌다.
강렬한 파열음과 함께 유리관에 금이 갔다. 쏟아져 나온 빛이 저장고 전체를 하얗게 지웠다. 메트로놈의 추가 일순간 회전을 멈추고 굳었다. 도시 전체를 감싸던 인공적인 선율이 끊겼다. 침묵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공간을 베어 넘겼다. 빅토르의 집행관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어졌다. 엔진의 동력이 역류하며 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세라는 무너지는 엔진실 한복판에서 눈을 감았다.
카이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뒤로 뛰었다. 하지만 세라의 몸은 이미 엔진과 하나였다. 그녀의 발목부터 무릎까지 악기화가 진행됐다. 정교한 현악기의 줄이 살을 뚫고 돋아났다. 카이가 경악하며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세라는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마지막 줄을 잡았다. 자신의 목숨을 끊어내어 도시를 멈추려 했다. 그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구두 소리가 들렸다. 흰 드레스 자락이 피비린내 나는 바닥을 훑었다.
“결국 여기까지 왔네, 나의 가여운 조율사.”
엘라라가 부채를 접으며 우아하게 걸어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세라의 계약서 원본이 들려 있었다. 카이가 총구를 겨눴지만 엘라라는 미동도 없었다. 그녀는 세라의 굳어버린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차가운 손가락이 상처 난 피부 위를 미끄러졌다. 엘라라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동정심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계약서를 엔진의 불길 속으로 던져 넣었다. 종이가 타오르며 세라의 가슴에 낙인이 찍혔다.
“네가 멈춘 건 엔진이 아니라, 네 수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