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낡은 트럭 적재함은 비좁고 어두웠다. 강태윤은 덜컹거리는 바닥에 몸을 기댄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매캐한 매연이 오히려 살아있음을 실감케 했다. 옆에 앉은 서하진의 형체는 평소보다 흐릿했다. 그의 손목에 새겨진 낙인이 핏빛으로 점멸하고 있었다. 하진은 아무 말 없이 어둠 속을 응시했다. 차가운 한기가 그의 몸에서 배어 나와 태윤의 어깨를 감쌌다.
운전석과 연결된 작은 유리창이 열렸다. 최도현의 거친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거의 다 왔으니까 조금만 버텨라. 태윤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목 안쪽이 바짝 말라붙어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트럭이 급커브를 돌 때마다 몸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상처 입은 옆구리에서 뜨거운 감각이 치솟았다. 태윤은 이를 악물며 통증을 억눌렀다. 셔츠 자락이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트럭이 멈춰 선 곳은 미명가 외곽의 폐기물 처리장이었다. 거대한 고철 더미들이 산처럼 쌓여 그림자를 드리웠다. 도현은 차에서 내려 주위를 살피더니 트럭 뒷문을 열었다. 얼른 내려와. 그는 입에 문 궐련형 영석을 바닥에 뱉어 짓이겼다. 도현의 눈 밑에는 짙은 피로가 내려앉아 있었다. 기름때 절은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태윤은 하진의 부축을 받으며 바닥으로 내려섰다.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이는 그를 도현이 거칠게 붙잡았다. 정신 차려, 강태윤. 도현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투박한 온기가 낯설게 다가왔다. 도현은 트럭 적재함 바닥의 특정 지점을 발로 세게 밟았다. 육중한 금속음과 함께 바닥판 일부가 아래로 가라앉으며 비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실 특유의 곰팡이 냄새와 녹슨 철 냄새가 확 끼쳐 왔다.
그 안에는 먼지 쌓인 기계 장치들이 가득했다. 도현은 조심스럽게 은색 금속 상자 하나를 꺼냈다. 상자 겉면에는 영계 관리국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구형 영자 가속기였다. 지금은 사용이 금지된, 영혼의 파동을 강제로 증폭시키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태윤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저걸 왜 아저씨가 가지고 있어요.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도현은 가속기의 먼지를 털어내며 낮게 읊조렸다. 이 트럭은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니야. 도현의 시선이 허공을 헤맸다. 과거에 이 차는 방주라고 불렸지. 관리국에서 영핵 실험체들을 비밀리에 운반하던 이동식 실험실이었어. 태윤은 뒷걸음질 쳤다. 발바닥을 타고 전해오는 지면의 진동이 갑자기 소름 끼치게 느껴졌다. 위벽이 뒤틀리는 불쾌감이 올라왔다.
도현의 고백은 멈추지 않았다. 실험체들이 폐기될 때마다 내가 이 차를 몰았어. 그가 가속기의 스위치를 올리자 희미한 웅웅거림이 공기를 진동시켰다. 태윤은 가슴 한구석이 텅 비어버리는 기분을 느꼈다. 자신이 지금까지 써온 강화 부품들, 도현이 무심하게 건네주던 장비들의 출처가 선명해졌다. 그것들은 모두 누군가의 비명과 고통이 응축된 잔해였다.
갑자기 트럭 대시보드 쪽에서 날카로운 기계음이 터져 나왔다. 붉은색 경고등이 규칙적으로 깜박이며 어둠을 찢었다. 도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렸다. 추적기다. 그의 목소리가 힘없이 떨렸다. 태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도현이 준 부품 안에 숨겨져 있던 위치 추적기가 정화군의 본부에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고막을 찌르는 경고음이 뇌를 긁어내렸다.
태윤은 도현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손끝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떨렸다. 네가 준 부품들이, 우리 부모님을 옥죄던 쇠사슬이었다는 거야? 도현은 저항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 고인 것은 변명할 수 없는 죄책감이었다. 미안하다는 말조차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채,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굵은 빗방울이 고철 더미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태윤의 머릿속이 차갑게 식어내렸다. 부모님이 남긴 펜던트가 가슴 위에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진이 태윤의 팔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태윤은 그를 거칠게 뿌리쳤다. 배신감이 전신을 타고 흘러내려 발끝까지 얼려버리는 것 같았다. 신뢰라는 단어가 얼마나 부질없고 위험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손가락 마디마디에 힘이 들어가 하얗게 질렸다.
그 순간, 트럭 엔진룸에서 폭발적인 영력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구형 가속기가 폭주하며 주변의 영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푸른 불꽃이 차체를 감싸더니 기이한 소음을 내며 소용돌이쳤다. 하진의 손목에 있는 낙인이 그 빛에 반응하여 강력하게 진동했다. 공기가 뒤틀리며 현실의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시야가 굴절되어 어지러움이 밀려왔다.
폐기물 처리장의 고철 더미들이 신기루처럼 흔들렸다. 바닥에 고여 있던 빗물이 하늘로 솟구치며 기괴한 문양을 그렸다. 태윤은 숨을 쉴 수 없었다. 거대한 환영의 파도가 그들을 덮치려 하고 있었다. 도현의 얼굴이 점차 흐릿해지며 과거의 잔상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비명 소리가 환청처럼 귓가를 맴돌며 정신을 갉아먹었다.
태윤은 도현의 멱살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하지만 손바닥에 닿는 감촉은 이미 인간의 살결이 아니었다. 거칠고 차가운 금속의 질감이 손가락을 파고들었다. 트럭 전체가 거대한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굉음이 고막을 때렸다. 발밑의 지면이 사라지고 허공을 부유하는 감각이 전신을 지배했다.
하진의 비명이 들린 것 같기도 했다. 태윤은 눈을 감지 않았다. 일그러진 시공간 너머로 부모님의 마지막 모습이 보인 듯했다. 그는 도현을 향해 주먹을 치켜올렸다. 엔진에서 방출된 영력이 두 사람의 신체를 하나로 묶어버릴 듯 강렬하게 몰아쳤다. 혈관이 터져나갈 듯한 압력이 온몸을 짓눌렀다.
환영의 심부로 끌려 들어가는 순간, 태윤은 마지막 힘을 다해 소리쳤다. 너도 결국 그들과 똑같았어. 도현의 슬픈 눈동자가 멀어지며 세상이 암전되었다. 트럭은 더 이상 현실의 물리 법칙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공간이 접히고 시간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뼈가 어긋나는 듯한 통증이 정수리까지 뻗어 올라왔다.
태윤은 자신의 의식이 조각나는 것을 느꼈다. 하진의 차가운 체온만이 유일한 닻이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하진의 손을 찾아 더듬거렸다. 손끝에 닿은 것은 서늘한 낙인의 감촉이었다. 그 감촉이 심장을 얼려버릴 듯 파고들었다. 눈앞의 어둠이 번쩍이며 낯선 풍경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도현이 남긴 마지막 한마디가 환청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죽어서라도 갚으마. 그 목소리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태윤은 비명을 내지르려 했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연기처럼 자신의 존재가 희미해졌다. 손에 쥐었던 도현의 온기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태윤은 텅 빈 공간으로 추락하며 마지막 남은 영력을 펜던트에 쏟아부었다. 펜던트에서 뿜어져 나온 은빛 광채가 일그러진 환영의 벽을 뚫고 나갔다. 그 너머로 수천 개의 눈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환각이 보였다. 관리국의 상징인 거대한 영안이 하늘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눈동자가 천천히 회전하며 태윤을 조준했다.
등 뒤에서 차가운 손길이 태윤의 목을 감싸 쥐었다. 하진이 아니었다. 그것은 훨씬 더 오래되고 썩은 냄새가 나는 무언가였다. 태윤의 시야가 붉게 물들며 의식이 멀어졌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도현의 찢어진 작업복 소매였다.
태윤은 도현의 멱살을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시공간의 틈새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하진의 낙인이 태윤의 영력을 빨아들이며 기괴한 빛을 내뿜었다.
"이제 시작이야, 태윤아."
귓가에 들린 것은 하진의 목소리였지만, 그것은 분명 하진의 것이 아니었다. 태윤은 소름 끼치는 전율과 함께 마지막 의식의 끈을 놓쳤다. 닫히는 공간의 틈새로 거대한 낫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게 네가 원하던 진실의 대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