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틀을 타고 넘어온 달빛이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핥았다. 공기는 얼음처럼 날카롭게 얼어붙어 있었다. 킬리안은 침대 곁을 떠나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 그의 손에는 낡은 은색 로켓 하나가 들려 있었다. 금속의 서늘한 감촉이 장갑 너머로도 생생하게 전해졌다.
아이리스는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밀어 올렸다. 시야가 흐릿하게 번지다 서서히 초점을 찾아갔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킬리안의 굳게 다문 입술이었다. 그는 마치 조각상처럼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방 안에는 규칙적인 시계 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목 안쪽이 바짝 말라붙어 거친 숨이 새어 나왔다. 아이리스는 상체를 일으키려다 신음하며 다시 누웠다. 전신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킬리안의 시선이 천천히 그녀의 얼굴로 향했다. 그의 눈동자는 깊은 심연처럼 어둡고 고요했다.
정신이 드나 보군.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낮고 깔깔했다. 킬리안은 손에 쥐고 있던 로켓을 아이리스의 눈앞으로 가져갔다. 세공이 정교한 은제 로켓은 달빛 아래서 기묘하게 빛났다. 그것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듯 고풍스러웠다.
이것은 내 어머니의 유품이다.
아이리스의 시선이 로켓의 중앙으로 옮겨졌다. 그곳에는 블랙 로즈 가문의 문장인 백합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비어 있는 공간이 보였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목덜미로 손을 가져갔다. 옷 속에 감춰두었던 에반스 가문의 인장 목걸이가 만져졌다.
로켓을 이쪽으로.
아이리스의 목소리는 갈라져서 형편없는 소리를 냈다. 킬리안은 거부하지 않고 그녀의 손바닥 위에 로켓을 놓았다. 손끝에 닿는 은의 냉기가 정신을 아찔하게 깨웠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목걸이 펜던트를 풀었다. 에반스 가문의 문장은 작은 톱니바퀴처럼 정교했다.
두 개의 금속이 가까워지자 공기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자석에 끌리듯 목걸이가 로켓의 홈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찰칵, 하는 명쾌한 금속음이 정적을 깨뜨렸다. 완벽하게 맞물린 두 문장이 하나로 합쳐졌다.
로켓의 틈새에서 푸른 안개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안개는 순식간에 방 안을 가득 채우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킬리안의 절대 영역이 반응하며 주변의 마력을 밀어냈다. 그러나 푸른 안개는 그의 능력을 비웃듯 영역을 파고들었다.
허공에 투영된 것은 오래된 기록의 잔상이었다. 빛의 입자들이 모여 누군가의 필체를 그려냈다. 그것은 킬리안의 어머니, 전임 공작부인의 서명이었다. 아이리스는 숨을 멈춘 채 그 문장들을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우리는 제국의 눈을 피해 진실을 묻기로 했다.
기록 속의 글자들은 고통스럽게 일렁이며 형태를 바꿨다. 킬리안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정갈하던 호흡이 불규칙하게 흐트러졌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 사이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에반스 백작은 배신자가 아니었다. 그는 유일한 조력자였다.
투영된 영상 속에서 두 남녀의 대화가 들려왔다. 킬리안의 어머니는 에반스 백작에게 무언가를 건네고 있었다. 그것은 정화의 성배에 관한 고대의 기록 장치였다. 황실의 감시를 피해 진실을 보존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킬리안의 손등에 핏줄이 불거지며 장갑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가 믿어왔던 가문의 정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가문을 위해 헌신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문이 지키려던 체제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당신의 아버지를 배신한 게 아니라, 지키려 했던 건가?
그의 질문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방 안을 맴돌았다. 아이리스는 대답 대신 투영된 기록의 다음 장을 넘겼다. 손가락 끝이 떨려 빛의 입자들이 파들거렸다. 그녀의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통증이 뜨겁게 치밀어 올랐다.
기록은 정화 전쟁의 추악한 뒷면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제국이 말하는 평화는 수많은 희생 위에 세워진 사상누각이었다. 킬리안의 어머니와 에반스 백작은 그 진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가문을 걸고 도박을 시작했다.
킬리안은 비틀거리며 책상을 짚고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결벽증 때문인지 그의 손은 끊임없이 옷깃을 만져댔다. 오염된 진실이 자신의 공간을 침범했다는 사실에 몸서리쳤다. 하지만 눈앞의 기록을 부정할 논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모든 것이 규칙에서 벗어나 있어.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혼란과 자괴감이 섞여 있었다. 아이리스는 그를 바라보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위로할 말조차 떠오르지 않는 참혹한 진실의 무게였다. 두 가문의 비극은 우연이 아니라 계획된 필연이었다.
안개는 점점 더 짙어지며 방 안의 가구들을 집어삼켰다. 기록의 마지막 페이지가 나타나자 빛은 붉은색으로 변했다. 공기는 비릿한 금속성 냄새로 가득 차며 피부를 따갑게 찔렀다. 아이리스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성배를 깨우는 방법이 적혀 있어.
그녀의 말에 킬리안이 고개를 들어 붉은 글자를 응시했다. 글자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며 빛났다. 그것은 고대어로 쓰여 있었으나, 두 사람에게는 명확히 읽혔다. 가문의 피가 흐르는 자들만이 볼 수 있는 저주받은 문장이었다.
정화의 성배는 가문의 피로 완성된다.
아이리스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가느다란 손가락 끝이 경련하듯 움찔거렸다. 킬리안의 시선 또한 그녀의 손끝에 머물렀다. 붉은 빛이 두 사람의 얼굴을 기괴하게 물들였다. 방 안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서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로켓의 중심부가 톱니처럼 맞물리며 날카로운 날을 드러냈다. 아이리스는 무엇에 홀린 듯 로켓 위로 손을 가져갔다. 킬리안이 그녀를 말리려 손을 뻗었으나 한발 늦었다. 차가운 금속 날이 그녀의 손가락 끝을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붉은 선혈이 투명한 은색 로켓 위로 뚝 떨어졌다. 피방울은 금속 표면에 닿자마자 기묘한 소리를 내며 흡수되었다. 로켓 내부의 복잡한 회로들이 붉은 빛으로 맥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굶주린 짐승이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 같았다.
아으윽.
아이리스의 입술 사이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피가 빠져나가는 자리에서 타는 듯한 열감이 느껴졌다. 킬리안은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고 로켓에서 떼어내려 힘을 주었다. 하지만 강력한 마력의 장막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
피는 멈추지 않고 로켓의 홈으로 계속해서 흘러 들어갔다. 로켓은 이제 은색이 아닌 검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바닥에 새겨진 마법진이 공명하며 거대한 진동을 일으켰다. 저택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이리스의 눈동자가 다시금 푸른 빛으로 점멸했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수만 개의 파편화된 기억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은 자신의 기억이 아닌, 가문의 핏줄에 새겨진 선조들의 절규였다. 고통과 증오, 그리고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이 전신을 휘감았다.
킬리안의 장갑이 찢어지며 그의 맨손이 아이리스의 피부에 닿았다. 결벽증이 있는 그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접촉이었다. 그의 피부가 오염원에 닿은 듯 붉게 달아오르며 부풀어 올랐다. 그럼에도 그는 아이리스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그만해! 당장 멈추란 말이야!
그의 외침은 거대한 마력의 소용돌이 속에 파묻혔다. 로켓은 이제 스스로 빛을 발하며 공중에 떠올랐다. 아이리스의 피를 머금은 문양들이 허공에서 춤을 추며 글자를 이뤘다. 그것은 성배가 보관된 비밀 장소의 좌표였다.
아이리스의 의식이 멀어지며 시야가 다시 흐려졌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킬리안의 일그러진 얼굴이었다. 그의 눈에서 흐른 눈물이 그녀의 뺨 위로 떨어졌다. 그것은 차가운 제국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로켓의 빛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며 방 안을 하얗게 지워버렸다. 진동이 멈추고 정적이 찾아왔을 때, 로켓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이리스의 손가락 끝에는 작고 선명한 흉터만이 남았다. 그녀는 힘없이 킬리안의 품 안으로 쓰러졌다.
킬리안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그녀를 고쳐 안았다. 그의 시선은 바닥에 떨어진 로켓의 안쪽을 향했다. 그곳에는 피로 쓰인 새로운 문장이 나타나 있었다. 그것은 아이리스의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경고였다.
성배를 여는 자, 가문의 멸망을 각오하라.
복도 너머에서 급박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세바스티안과 기사단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려는 기세였다. 킬리안은 아이리스를 침대 위로 눕히고 검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의 눈에는 이성적인 판단을 넘어선 서늘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로켓을 집어 들었다. 로켓은 여전히 아이리스의 피로 인해 미지근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킬리안은 그것을 자신의 주머니 깊숙이 집어넣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섰음을 직감했다.
공작님, 문을 여십시오! 황실의 명령입니다!
세바스티안의 목소리가 방문을 때렸다. 킬리안은 대답 대신 자신의 절대 영역을 방 전체로 확장했다. 영역에 닿은 가구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틀리고 부서졌다. 그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아이리스의 창백한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뺨을 아주 조심스럽게 스쳤다. 오염을 극도로 혐오하던 남자의 손길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그는 나직하게 읊조리며 자신의 마력을 개방했다.
방 안을 가득 채웠던 푸른 안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킬리안의 압도적인 살의였다. 그는 문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차갑게 선언했다.
누구든 이 선을 넘는 순간, 제국의 법은 사라질 것이다.
킬리안은 아이리스의 손을 꼭 쥐었다. 그녀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고동만이 그의 이성을 붙잡아두고 있었다. 문 너머의 소음이 멈추고 기괴한 정적이 다시 찾아왔다. 그것은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의 고요함이었다.
아이리스가 작게 신음하며 눈을 떴다. 그녀의 눈동자는 더 이상 푸른 빛이 아니었다. 대신 그 안에는 킬리안조차 읽어낼 수 없는 깊은 의문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입술을 열어 힘겹게 한 문장을 내뱉었다.
성배가, 나를 부르고 있어요.
아이리스는 자신의 가슴팍을 움켜쥐며 몸을 떨었다. 킬리안의 눈동자가 그 소리에 맞춰 파르르 떨렸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아 자신을 보게 했다.
그곳에 가면 당신은 죽을지도 몰라.
킬리안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젖어 있었다. 아이리스는 슬프게 미소 지으며 그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그녀의 손끝에서 배어 나온 마력이 킬리안의 심장을 강하게 때렸다.
당신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아이리스는 킬리안의 품에서 벗어나 바닥에 발을 내디뎠다. 그녀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푸른 꽃들이 마력의 형태로 피어났다. 그것은 에반스 가문의 비기가 완전히 각성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킬리안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숨을 멈췄다.
방문이 거대한 충격과 함께 박살 나며 파편이 튀었다. 세바스티안이 검을 뽑아 든 채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눈은 아이리스의 발치에 피어난 마력 꽃에 고정되었다. 그것은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금기된 힘의 증거였다.
아이리스 에반스, 반역의 죄로 당신을 체포한다!
세바스티안의 검 끝이 아이리스의 목을 겨눴다. 킬리안은 순식간에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자신의 검을 뽑았다. 두 남자의 검이 맞물리며 불꽃이 튀었다. 금속의 마찰음이 고막을 찢을 듯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킬리안의 절대 영역이 세바스티안의 마력을 압박했다. 하지만 세바스티안이 들고 있는 검은 마력석이 기괴한 빛을 내뿜으며 영역을 상쇄했다. 아이리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은색 로켓을 향해 손을 뻗었다.
로켓이 그녀의 손에 닿는 순간, 거대한 마법진이 방 전체를 뒤덮었다. 킬리안과 세바스티안, 그리고 방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야가 하얗게 멀어졌다. 그것은 좌표가 지정된 강제 전이 마법의 발동이었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부서진 가구들과 차가운 달빛뿐이었다. 킬리안의 침실은 텅 빈 채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벽에 걸린 시계가 마지막 태엽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아이리스는 낯선 천장을 바라보며 정신을 차렸다. 코끝을 찌르는 것은 짙은 이끼 냄새와 오래된 책의 먼지 냄새였다. 그녀는 옆에 쓰러져 있는 킬리안의 손을 더듬어 찾았다. 그의 손등 위로 낯선 문양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성배를 지키는 파수꾼의 인장이었다.
아이리스는 떨리는 손으로 로켓을 열었다. 그 안에는 아까까지만 해도 없던 작은 지도가 새겨져 있었다. 지도의 끝이 가리키는 곳은 제국의 심장, 황실 지하 금서고의 가장 깊은 곳이었다.
그녀는 킬리안의 가슴 위에 귀를 갖다 댔다. 그의 심장 소리는 이제 불규칙하게 요동치며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이리스는 입술을 꽉 깨물며 로켓을 움켜쥐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아이리스는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웃음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변질된 모습의 아버지가 그림자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눈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닌, 굶주린 마수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딸아, 드디어 성배를 깨웠구나.
그의 목소리는 쇠를 긁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를 냈다. 아이리스는 킬리안의 앞을 가로막으며 로켓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녀의 마력이 폭주하듯 주변의 대기를 뒤흔들었다.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어, 당신은 그저 껍데기일 뿐이야.
아이리스의 외침에 그림자가 일렁이며 거대한 손을 뻗었다. 킬리안이 신음하며 그녀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의 눈동자가 번뜩이며 아이리스의 손에 들린 로켓을 응시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성배를 부수어라, 아이리스. 그것이 유일한 길이다.
아이리스는 로켓을 쥐고 갈등하는 눈빛으로 킬리안을 바라보았다. 성배를 부수면 킬리안을 살릴 방법도 사라지게 된다. 그녀의 눈앞에서 아버지가, 아니 마수가 비웃음을 흘리며 다가왔다.
선택해라, 아이리스. 가문의 명예인가, 아니면 이 남자의 목숨인가.
아이리스는 로켓을 바닥에 내던졌다. 금속이 대리석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그녀는 킬리안의 뺨을 감싸 쥐고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그녀의 눈에서 흐른 보랏빛 눈물이 킬리안의 상처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순간, 로켓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빛이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저택의 지하 서고가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구멍 너머로 보이는 것은 루미나리스의 밤하늘이 아니었다. 그것은 천 년 전, 정화 전쟁이 시작되었던 그날의 핏빛 하늘이었다.
아이리스는 킬리안의 품에서 눈을 뜨며 속삭였다.
우리는 이제, 돌아갈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