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생선 비린내가 비좁은 골목마다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축축한 습기가 신발 밑창을 타고 올라와 발가락 사이를 파고들었다.
낙양의 가장 깊은 밑바닥, 흑시의 입구는 언제나 피비린내로 가득했다.
설무한은 낡은 삿갓을 깊게 눌러쓰고 걸음을 옮겼다.
어깨를 스치는 사내들의 눈빛에는 굶주린 짐승의 안광이 서려 있었다.
그들은 낯선 이의 기색을 살피며 품 안의 단도를 만지작거렸다.
설무한은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어두운 통로로 스며들었다.
벽면을 타고 흐르는 오수가 발치에서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심장 부근에서 한빙주의 냉기가 이따금 가늘게 떨려왔다.
파괴된 혈맥을 임시로 잇고 있는 그 기운은 얼음 송곳 같았다.
숨을 들이켤 때마다 폐부 깊숙한 곳이 찔리는 듯 저렸다.
그는 통로 끝에서 붉은 전등이 걸린 목조 건물을 발견했다.
금만상단의 낙양 지부이자, 지하 거래의 중심지였다.
문 앞을 지키던 덩치 큰 사내들이 설무한을 가로막았다.
사내들의 손등에는 거친 흉터가 훈장처럼 박혀 있었다.
설무한은 말없이 품 안에서 구겨진 비단 주머니를 꺼냈다.
주머니에 새겨진 문양을 본 사내들의 눈이 미세하게 커졌다.
그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조용히 길을 터주었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오를 때마다 묵직한 침묵이 뒤따랐다.
이곳의 공기는 지상보다 무겁고 날카로웠다.
방 안에는 자욱한 침향 냄새가 깔려 있었다.
탁자 너머에 앉은 여인은 장부를 넘기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소여진, 금만상단의 낙양 지부를 책임지는 실력자였다.
그녀의 화려한 비단 옷자락이 등불 아래에서 번들거렸다.
설무한은 방 한가운데 서서 그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
여인은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설무한의 몰골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해진 옷과 핏기 없는 입술이 초라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소여진의 미간이 아주 짧은 순간 찌푸려졌다 사라졌다.
그녀는 붓을 내려놓고 의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장사꾼들의 고함이 방 안까지 스몄다.
설무한은 삿갓을 벗어 탁자 위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여인의 시선이 그의 창백한 얼굴에 박히듯 머물렀다.
그녀의 손가락이 탁자 위를 규칙적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마치 사형을 선고하는 판관의 망치 소리 같았다.
"죽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귀신이라도 오셨나요."
소여진의 목소리는 얼음물처럼 차갑고 건조했다.
설무한은 대답 대신 품 안에서 낡은 서찰 한 장을 밀어냈다.
서찰의 모서리는 닳아 있었고 핏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여인은 서찰을 훑어보지도 않은 채 다시 그에게 돌려주었다.
그녀의 눈에는 이미 명확한 거절의 의사가 담겨 있었다.
설무한은 마른침을 삼키며 타오르는 등잔불을 응시했다.
목 안쪽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뜨겁고 답답했다.
"신분을 세탁할 서류가 필요하네. 자네라면 가능하겠지."
설무한의 목소리는 갈라진 논바닥처럼 거칠게 터져 나왔다.
소여진은 비웃음 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촛불을 위태롭게 흔들었다.
그녀의 그림자가 벽면을 타고 기괴하게 일렁였다.
"당신을 돕는 것은 금만상단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일이에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창밖의 어둠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이미 청운검문의 무인들이 낙양의 골목을 장악하고 있었다.
위진악이 보낸 감시자들은 흑시의 입구조차 감시하는 중이었다.
소여진은 장부를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설무한의 손이 그녀의 소매 끝을 강하게 붙잡았다.
그의 손끝은 시체처럼 차가웠고 힘겹게 떨리고 있었다.
"십 년 전, 비취곡의 눈사태를 기억하나."
소여진의 어깨가 눈에 띄게 움찔하며 멈춰 섰다.
그녀의 시선이 설무한의 손등에 새겨진 흉터로 향했다.
그것은 무너지는 바위 더미 속에서 그녀를 끌어올릴 때 생긴 것이었다.
당시 설무한은 자신의 혈맥이 뒤틀리는 와중에도 그녀를 놓지 않았다.
방 안을 채우던 침향 냄새가 갑자기 숨 막히게 다가왔다.
소여진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초점을 잃고 방황했다.
그녀는 잡힌 소매를 거칠게 뿌리치려다 힘을 뺐다.
설무한의 절박한 기운이 그녀의 피부를 타고 전해졌다.
"그때 나는 자네를 살리기 위해 내 공력의 절반을 버렸지."
그는 낮게 읊조리며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소여진은 입술을 짓씹으며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그녀의 주먹 쥔 손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은혜라는 말은 강호에서 가장 무거운 족쇄나 다름없었다.
특히 금만상단처럼 신용을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곳에서는 더욱 그랬다.
소여진은 다시 자리에 앉아 마른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녀의 한숨에는 짙은 피로와 원망이 섞여 있었다.
설무한은 그녀가 무너질 틈을 놓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위진악은 나를 횡령범으로 몰았지만, 진실은 다르다는 걸 알지 않나."
소여진의 눈에 서린 경계심이 조금씩 갈등으로 변해갔다.
그녀는 책상 아래 서랍을 열어 작은 비단 주머니를 꺼냈다.
그 안에는 반짝이는 영석 몇 조각과 금패가 들어 있었다.
여인은 그것들을 만지작거리며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복도 너머에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설무한은 단전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억누르며 몸을 꼿꼿이 세웠다.
전신의 뼈마디가 비명을 지르며 삐걱거리는 듯했다.
"지금 나를 내쫓으면, 자네는 평생 그 빚을 지고 살아야 할 걸세."
설무한의 목소리에 서늘한 무게감이 실렸다.
소여진은 결국 고개를 숙이며 짧은 비명을 삼켰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장부 밑바닥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은 금만상단에서도 극비로 분류되는 낙양의 비밀 지도였다.
지도의 한 구석에는 청운검문의 문양이 작게 그려져 있었다.
그녀는 지도를 거칠게 접어 설무한의 손에 쥐여주었다.
서로의 손가락이 맞닿는 순간, 소여진의 몸이 크게 떨렸다.
그녀의 피부에 닿은 설무한의 기운은 이미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죽음의 문턱을 넘어선 자만이 풍기는 서늘한 냉기였다.
"이게 제가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예우예요."
소여진의 목소리가 떨리며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녀는 설무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시선을 피했다.
설무한은 지도의 촉감을 손바닥으로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이 종이 한 장에 자신의 마지막 명예가 걸려 있었다.
그는 지도를 품 깊숙이 갈무리하고 다시 삿갓을 썼다.
소여진은 황급히 촛불을 꺼 방 안을 어둠으로 채웠다.
달빛조차 스며들지 않는 방 안에서 오직 그녀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청운검문의 비밀 창고에 가세요. 그곳에 당신의 서신이 있어요."
소여진이 속삭이듯 말하며 설무한의 등을 밀었다.
그녀의 손길은 다급했고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불안했다.
설무한은 방을 나서기 전, 그녀의 기색이 이상함을 느꼈다.
여인의 시선은 그가 아니라 방 구석의 어둠을 향해 있었다.
그곳에는 촛불이 꺼지기 전까지 분명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시선이 등 뒤를 찌르는 듯한 오한이 느껴졌다.
설무한은 본능적으로 허리춤의 빈 칼집으로 손을 뻗었다.
단전의 한빙주가 미친 듯이 회전하며 냉기를 뿜어냈다.
혈맥을 타고 흐르는 통증이 머릿속을 하얗게 태울 정도였다.
"어서 가세요! 제발!"
소여진의 목소리가 비명에 가까운 애원으로 변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공포로 물들어 설무한의 뒤편을 응시했다.
설무한은 천천히 몸을 돌려 그녀가 보고 있는 곳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가느다란 연기처럼 일렁이는 그림자가 보였다.
그림자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으나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바닥에서 솟아오른 망령처럼 기괴한 자세로 서 있었다.
설무한은 숨을 멈추고 그 그림자의 정체를 파악하려 애썼다.
그때, 그림자의 손 부분이 천천히 움직이며 검은 칼날을 드러냈다.
쇳조각이 바닥을 긁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소여진은 바닥에 주저앉으며 자신의 입을 두 손으로 막았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흐느낌 같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림자는 소리 없이 설무한을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그것이 움직일 때마다 방 안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설무한은 자신의 심장이 멈추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상대의 기운은 위진악의 그것보다 훨씬 깊고 사악했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두 개의 안광이 설무한의 눈과 마주쳤다.
그것은 살아 있는 인간의 눈이 아니라 타오르는 불길 같았다.
그림자가 칼날을 들어 올리자 공기가 찢어지는 파열음이 들렸다.
설무한은 본능적으로 뒤로 몸을 날리며 지도를 움켜쥐었다.
"누구냐."
설무한의 질문에 그림자는 대답 대신 기괴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 소리는 마치 수천 마리의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불쾌함을 주었다.
그림자의 칼날이 허공을 가르며 설무한의 목줄기를 향해 쇄도했다.
그 찰나의 순간, 소여진이 비명을 지르며 설무한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의 눈에는 설무한조차 읽지 못한 기이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
그녀는 설무한의 가슴을 밀치며 바닥에 떨어진 단도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겨눈 끝은 그림자가 아닌 설무한의 심장이었다.
설무한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몸을 굳힌 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소여진의 얼굴 위로 눈물과 비릿한 미소가 동시에 번졌다.
"미안해요, 사부님. 하지만 그들도 당신을 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