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장의 참나무 이중문이 안쪽으로 꺾이며 경첩이 비명을 질렀다.
서도윤이 먼저 들어섰다. 왼손에는 태블릿, 오른손에는 밀봉된 서류 봉투. 뒤따라 들어선 강이준의 구두 밑창이 대리석 바닥을 찍었고, 보안요원 두 명이 팔을 뻗었지만 이미 문턱 안이었다.
타원형 테이블의 상석에 앉아 있던 차성민이 손톱을 만지작거리던 손을 멈췄다. 로열 보드 임원 네 명의 시선이 일제히 입구를 향했다.
"회의 중입니다."
차성민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인자한 미소까지 갖추고 있었다. 다만 그 미소 아래, 턱 근육이 미세하게 경직된 것을 서도윤의 눈은 놓치지 않았다.
강이준이 봉투를 테이블 위로 던졌다. 미끄러진 봉투가 차성민 앞의 물컵을 밀쳐냈고, 컵이 기울며 물이 번졌다. 누구도 닦지 않았다.
"녹취록입니다."
강이준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찬 에스프레소를 마신 직후처럼, 입술 끝만 약간 떨렸을 뿐이다.
서도윤이 태블릿을 테이블 중앙에 세웠다. 화면에는 이면 계약서의 스캔본이 떠 있었다. 노바 일렉트로닉스의 사명과 오르트 광고 기획의 직인이 나란히 찍힌 문서. 날짜는 10년 전, 피의 월요일 사흘 전이었다.
"이건 뭔가."
차성민이 봉투를 집어 들었다. 봉인을 뜯는 손끝이 평소보다 빨랐다.
"10년 전 노바 일렉트로닉스의 대행 계약 재편 과정에서 의장이 직접 서명한 이면 합의서입니다."
서도윤이 말했다. 목소리가 낮고 단단했다. 태블릿 화면을 손가락으로 넘기며 핵심 조항을 확대했다.
"오메가 솔루션 출신 기획자 전원의 정리해고를 조건으로, 노바 측이 오르트에 독점 대행권을 보장한다. 그 대가로 알파 크리에이티브 라인에 우선 승진권을 배분한다."
회의실의 공기가 달라졌다. 임원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균열이 생겼다. 최영석 상무만이 안경을 벗어 렌즈를 천으로 닦기 시작했다. 천이 렌즈 위를 지나는 소리가 유독 선명하게 들렸다.
차성민이 서류를 내려놓았다. 미소가 돌아왔다.
"조작이군요."
한 글자도 흔들리지 않는 발음이었다. 서도윤의 손가락이 태블릿 모서리를 쥔 채 하얗게 질렸지만, 고개는 들고 있었다.
"의장님, 이 녹취록의 음성 파형 분석 결과도 함께 제출되어 있습니다."
강이준이 봉투 안에서 두 번째 서류를 꺼냈다. 한국디지털포렌식학회의 직인이 찍힌 감정서였다. 그의 손등에 새겨진 흉터 위로 형광등 빛이 흘렀다. 10년 전, 아버지의 서재에서 깨진 유리잔에 베인 그 자국.
'이 흉터가 시작된 밤의 진실이 여기 담겨 있다.'
강이준은 감정서를 차성민 앞으로 밀었다. 손등의 흉터가 테이블 조명 아래 선명하게 드러났고, 서도윤의 시선이 그 위에 잠깐 머물렀다.
"포렌식 감정 결과, 녹취록의 화자는 의장 본인으로 99.7퍼센트 일치합니다. 편집이나 합성 흔적은 없고요."
데이터 다이브가 시작되는 순간, 서도윤의 시야가 좁아졌다. 회의실 전체가 흐릿해지고 차성민의 얼굴만 선명하게 남았다. 동공의 수축. 오른쪽 검지가 왼쪽 손톱을 파고드는 힘의 미세한 변화. 호흡 간격이 1.2초에서 0.8초로 줄어드는 것. 수치들이 뇌 안쪽에서 쏟아지듯 쌓였고, 서도윤의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분석이 임계점을 넘을 때마다 찾아오는 압박감이었다. 시야 가장자리가 흰빛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결론은 하나로 수렴했다.
동요하고 있다.
"포렌식이라."
차성민이 감정서를 훑었다.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이런 건 법정에서 다툴 문제지, 이사회에서 논할 사안이 아닙니다."
"그래서 법정에서도 다투게 했습니다."
서도윤이 태블릿을 한 번 더 넘겼다. 화면에 실시간 스트리밍 창이 떠올랐다. 오르트 광고 기획의 전 직원이 접속할 수 있는 사내 방송 채널. 접속자 수가 482명을 넘기고 있었다.
"지금 이 회의실의 모든 대화가 전 직원에게 중계되고 있습니다."
임원 한 명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또 한 명이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최영석이 안경을 다시 쓰며 태블릿 화면의 접속자 수를 확인했다. 숫자는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차성민의 미소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굳어 있었는데, 그것은 웃음이 아니라 경련에 가까웠다.
"이런 식의 폭로가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봤나?"
"10년간 생각했습니다."
강이준의 대답이었다. 차갑고 짧았다.
서도윤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테이블과의 거리가 좁혀졌고, 그의 그림자가 이면 계약서 위로 떨어졌다.
"의장님이 오메가 솔루션 출신 기획자들을 정리해고한 건 구조조정이 아니었습니다. 노바와의 밀약이었고, 그 대가로 의장님은 차기 사장 자리를 보장받았죠."
서도윤의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 음절에서 성대가 미세하게 갈라졌다. 멈추지 않았다.
"제 아버지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공조 시스템의 바람 소리만 낮게 흘렀다. 기획 1팀의 선호 온도에 맞춰진 그 불공정한 바람이, 지금은 모두에게 똑같이 차가웠다.
차성민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양복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창 쪽으로 몸을 돌렸다. 테헤란로의 야경이 유리에 비쳤다.
"증거라고 내민 것들이 전부 내부에서 유출된 기밀이야. 자네들이야말로 징계 대상 아닌가."
"유출이 아닙니다."
최영석이 입을 열었다. 안경 너머의 눈이 차성민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가 양복 안주머니에서 접힌 서류를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쳤다. 내부 감사 요청서였다. 날짜는 사흘 전, 서명란에는 최영석 본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저는 사흘 전 내부 감사 절차를 통해 해당 자료의 열람을 공식 요청했습니다. 정당한 절차를 거친 자료이며, 중앙 감시 시스템에도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차성민의 시선이 최영석에게 꽂혔다. 배신. 그 단어가 공기 중에 떠다녔지만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태블릿의 접속자 수가 600을 넘겼다. 방송 채팅창에는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회의실 안에서는 아무도 그것을 읽지 않았다.
서도윤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화면을 확인하는 그의 눈이 좁아졌다. 노바 일렉트로닉스 마케팅 총괄 부사장의 이름이 떠 있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스피커를 켰다.
"서 팀장, 지금 방송 보고 있습니다."
회의실에 퍼진 목소리는 노바 측 임원의 것이었다. 낮고 건조한 톤이 스피커를 통해 울렸다.
"노바 일렉트로닉스는 해당 이면 계약에 대한 내부 조사를 즉시 착수합니다. 현 시점부로 차성민 의장과의 모든 대행 협의를 중단하겠습니다."
핏기가 빠졌다. 차성민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양복 주머니에 넣었던 손이 빠져나왔고, 손끝이 테이블 모서리를 짚었다.
강이준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차성민과의 거리가 두 팔 길이 남짓이었다. 이준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엄지가 무의식적으로 손등의 흉터를 누르고 있었다.
"10년 전 당신이 쓴 각본은 여기서 끝입니다. 우리가 그 마지막 장을 덮었으니까."
차성민이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부드러운 미소를 만들려 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았다. 대신 그의 시선이 테이블 위에 흩어진 서류들 위를 훑었다. 녹취록, 이면 계약서, 포렌식 감정서, 내부 감사 요청서. 그것들이 물에 젖어가고 있었다. 아까 넘어진 컵의 물이 천천히 종이를 적시는 중이었지만, 이미 디지털 사본이 600명 이상의 화면에 떠 있었다.
"이건, 끝나지 않아."
차성민이 중얼거렸다. 의자 등받이를 잡은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서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태블릿을 접어 겨드랑이에 끼었다. 손가락 끝에 남은 미세한 떨림을 주머니 속에서 쥐어 감췄다.
강이준이 서도윤을 돌아보았다. 아주 짧은 시선. 서도윤도 이준을 보았다. 눈이 마주친 시간은 1초도 되지 않았지만, 서도윤의 입꼬리가 아주 미미하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끝났다.'
서도윤의 속으로 그 말이 지나갔다. 아버지가 짐을 싸던 날, 현관 앞에 놓인 골판지 상자의 냄새가 불현듯 코끝을 스쳤다. 10년 전의 냄새였다. 지금은 회의실의 가죽과 종이와 물이 섞인 냄새가 그 위를 덮었다.
복도의 형광등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사회장을 나선 두 사람의 구두 소리가 대리석 바닥 위에 겹쳤다.
서도윤이 먼저 걸음을 멈췄다. 엘리베이터 앞이었다. 강이준도 섰다.
"떨리네."
서도윤이 말했다.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 펼쳐 보였다. 손가락이 가늘게 흔들리고 있었다. 평소의 서도윤이라면 절대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다. 타인에게 약점을 잡히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지금 제 손의 떨림을 아무 방어 없이 내밀고 있었다.
강이준이 그 손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꺼냈다. 흉터가 있는 왼손이었다. 그 손으로 서도윤의 떨리는 손등을 가볍게 감쌌다.
서도윤의 손가락이 움찔했다. 결벽증에 가까운 그의 경계 반응이 순간 작동했지만, 빠져나가지는 않았다. 강이준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체온이 생각보다 따뜻했다. 아니, 뜨거웠다.
"나도."
강이준이 말했다. 짧았다. 그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 상태로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소리를 들었다. 기계가 움직이는 저음이 벽을 타고 전해졌고, 층수 표시등이 하나씩 바뀌었다.
서도윤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시선이 겹쳐진 두 손 위에 머물렀다. 강이준의 흉터가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보였다. 1화에서 서류 봉투를 던지며 빤히 응시했던 그 흉터. 4화에서 자신의 손가락이 닿았을 때 이준의 어깨가 떨렸던 그 흉터. 지금, 그 흉터 위에 자신의 체온이 얹혀 있었다.
"서도윤."
강이준이 불렀다. 서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강이준은 무언가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고, 대신 감싼 손에 힘을 조금 더 주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문이 열렸다. 두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문이 다시 닫혔다.
서도윤이 작게 웃었다. 비꼬는 웃음이 아니었다. 입술 양쪽이 동시에 올라간, 지극히 평범한 웃음이었다.
"타야지."
서도윤이 버튼을 눌렀다. 다시 문이 열렸고, 이번에는 두 사람이 나란히 들어섰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깨가 스쳤다. 서도윤이 버튼 패널 쪽에 섰고, 강이준이 안쪽 벽에 기댔다.
"1층?"
"옥상."
서도윤의 손가락이 에덴 스카이 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발밑에서 진동이 전해졌고, 층수 표시등이 바뀔 때마다 형광등이 미세하게 깜빡였다.
서도윤은 태블릿을 꺼내 방송 접속자 수를 확인했다. 743명. 사내 전 직원의 과반이 넘는 숫자였다. 채팅창에는 차성민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메시지가 빽빽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강이준의 시선이 태블릿 화면 위를 스쳤다. 그리고 화면 한쪽에 붙어 있는 작은 포스트잇을 보았다. 서도윤이 몰래 남기는 피드백 습관. 그 포스트잇에는 '흉터—강민혁 서재—유리잔 파편—1화 확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서도윤이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추적하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강이준은 그것에 대해 묻지 않았다. 서도윤도 가리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조금 무거웠지만, 불편하지는 않았다.
옥상에 도착했을 때, 밤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에덴 스카이의 조경 조명이 발밑을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고, 테헤란로의 빌딩들이 빛의 격자처럼 늘어서 있었다.
서도윤이 난간에 팔꿈치를 올렸다. 바람이 넥타이를 흔들었다.
강이준이 옆에 섰다.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은 주먹 하나 정도였다.
"끝난 건가."
서도윤이 물었다. 바람에 목소리가 반쯤 날아갔다.
강이준이 대답하기 전에, 서도윤의 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는 서도윤의 표정이 변했다. 입술이 일직선으로 굳었고, 손가락이 난간을 쥐었다.
"경찰이래."
전화를 받지 않은 채, 화면을 강이준에게 보여주었다. 발신자는 서초경찰서 수사과였다.
아래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한 대가 아니었다. 여러 대의 엘리베이터가 동시에 이사회장 층으로 향하고 있었다.
강이준이 주머니에서 전화를 꺼냈다. 부재중 알림 세 건. 모두 같은 번호였다.
옥상 출입문이 열렸다. 보안팀장이 숨을 몰아쉬며 나타났다.
"두 분, 이사회장으로 와주셔야 합니다. 경찰이 도착했습니다."
서도윤이 강이준을 보았다. 강이준이 서도윤을 보았다. 바람이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같은 방향으로 흩뜨렸다.
서도윤이 먼저 몸을 돌려 출입문 쪽으로 걸었고, 강이준이 반 박자 늦게 뒤따랐다.
이사회장에 다시 들어섰을 때, 풍경이 달라져 있었다. 제복 차림의 경찰관 네 명이 테이블 옆에 서 있었고, 차성민은 의자에 앉은 채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양복 어깨가 처져 있었다. 아까의 인자한 미소는 흔적도 없었다.
수사관이 차성민 앞에 영장을 펼쳐 보이며 입을 열었다.
"차성민 의장님, 업무상 배임 및 부정 청탁 혐의로 동행을 요청합니다."
차성민이 천천히 일어섰다. 다리가 비틀거렸고, 테이블 모서리를 잡아야 했다. 그의 시선이 회의실을 한 바퀴 돌았다. 로열 보드 임원들은 눈을 피했다. 최영석만이 정면을 보고 있었다.
차성민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강이준과 서도윤 위에 멈췄다. 입술이 움직였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수사관이 차성민의 팔을 잡았고, 차성민은 저항하지 않았다.
구두가 대리석을 끄는 소리가 복도로 멀어졌다. 이사회장에 남은 사람들 사이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물에 젖은 서류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이면 계약서의 잉크가 번져 글자가 흐려지고 있었지만, 이미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743개의 화면에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으니까.
서도윤이 태블릿의 방송 종료 버튼에 손을 올렸다. 잠시 멈칫했다가, 눌렀다.
화면이 꺼졌다.
최영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안경 너머의 눈이 피곤해 보였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내일 아침 아홉 시, 긴급 이사회가 소집됩니다. 새로운 경영 체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니 두 사람 모두 참석해주십시오."
서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이준도.
최영석이 서류를 챙겨 나간 뒤, 회의실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테이블 위의 물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똑, 똑, 똑.
강이준이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골든 티켓의 잔해였다. 이미 사용되어 효력을 잃은 그 종이는 접힌 자리가 닳아 반투명해져 있었다. 이준은 그것을 펼쳐 테이블 위에 놓았다.
"이제 이건 필요 없겠지."
서도윤이 그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손을 뻗어 모서리를 집었다. 닳은 종이의 질감이 손끝에 전해졌다. 10년의 무게가 종이 한 장에 담겨 있었다.
서도윤은 그것을 접어 강이준의 가슴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손가락이 천 안쪽으로 파고드는 순간, 이준의 심장 박동이 손끝에 닿았다. 규칙적이지 않았다. 서도윤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천 너머로 전해지는 그 불규칙한 박동이, 이준이 지금 아무렇지 않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서도윤은 손을 빼지 않고 잠깐 그대로 두었다가, 천천히 거두었다.
"버리지 마."
강이준의 눈이 서도윤을 향했다.
"효력은 없어도, 네가 선택한 증거니까."
회의실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여러 명의 구두 소리. 최영석이 말한 긴급 이사회의 준비가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
서도윤이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강이준을 보았다.
"내일, 같이 들어가자."
강이준의 엄지가 가슴 주머니 위를 한 번 눌렀다. 골든 티켓의 접힌 모서리가 천 너머로 느껴졌다.
문이 열렸고, 복도의 불빛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회의실 바닥 위로 길게 늘였다.